이현우는 풍경과 처음 조우했던 순간의 멜랑콜리, 재현의 가능성을 회화에서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서, 영상의 스틸 컷처럼 정지된 시공간 속으로 감상자를 데려간다. 보나르(Pierre Bonnard)의 표현대로 미술이 정지된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이현우의 풍경은 이 세계와, 적어도 그가 순간정지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나름의 느슨한관계를 맺고 있다. 사진으로, 다시 회화로 정제한 풍경들은 동결된 이미지에 온도와 질감을 부여함으로써 동시대 많은 시각 이미지나 무빙 이미지들의 속도와 연속성으로부터 비켜서서 세계의한 단면을 조용히 추출해낸다. 오후 서너 시, 벽에 걸린 비스듬한 그림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