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아방가르드로 활동하면서 도시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보였던 상황주의 인터내셔널(SI:Situationist International)은 1950년대 후반 전후의 변화된 환경 속에서 시위나 투쟁보다는 시각적인 전략으로 도시주의적 예술 감각을 보여주었다. SI는 기 드브로(Guy Debord)의 『스펙타클의 사회(The Society of the Spectacle)』(1967)를 기반으로 보다 전략적으로 활동하였는데, 이 책에서 기 드보르는 ‘스펙타클’을 하나의 풍경으로 묘사하는 것을 넘어 자본주의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요소를 포괄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즉, ‘스펙타클’은 상품적 가치의 체계를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단어로 우리를 유혹하고 지배하여 우리의 삶을 통합하여 기제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거대한 도시의 삶 속에 있다보면 강남역 한복판의 풍경, 을지로 입구의 빌딩 숲, 한남동의 거리거리 골목과 삼청동의 맛집들 사이에서 우리는 도시의 크고 작은 생성과 소멸 속에 ‘오늘의 나’를 녹이게 된다.
SI는 흥미롭게도 이에 대한 전복의 과정을 네 가지 전략으로 전개하였다. 표류(Dérive), 심리지도(Psychogeography), 통합적 도시주의(Unitary urbanism), 우회(Détournement)로 일컬어지는 네 가지 전략은 궁극적으로 대중문화의 요소를 혁명적 실천의 도구로 기능 전환을 하는 데에까지 이르러 전개된다. 특히 ‘표류’는 거리 환경의 급격한 변화나 상이한 심리적 분위기를 갖는 공간으로 도시를 분할하는 전략으로 걷는 이에게 가장 저항이 덜한 길을 정처없이 걷는 전략이다. 할 일 없이 도시를 방황할 때 우리는 평소에 물리적으로 접하던 도시를 새로이 심리적인 환경으로 체험하게 된다. 그 방황은 자연스럽게 지리적 환경이 개인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과정으로 이어지며, 심리지도는 도시를 탐험하는 새로운 전략이 된다.
김태동과 이현우의 도시에 대한 태도는 공통적으로 이같이 SI의 전략처럼 특수한 목적에서 오는 것보다는 작가의 방황하는 걸음걸음을 기반으로 ‘걷기’와 ‘발견하기’의 연속적 과정에서 실천되고 있다. 일종의 심리지도의 결과처럼 얻어지게 된 두 예술가의 작업은 방황과 심리적인 의미에 의해 각자만의 방법으로 도시주의적인 시선으로 구축된다. 두 예술가의 공통점은 도시에서 사람들이 제대로 주목하고 있지 않는 장소나 오브제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김태동은 중앙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2013년에는 일우사진상을 2014년에는 고양창작레지던시를 거쳤다. 또한 2016년 갤러리 퍼플에 2년 장기 입주작가로 선정되면서 2016년 여름 두산 갤러리 <사진 : 다섯개의 방> 전에 참여하는 등 주목받는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김태동은 보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을 작가의 시선으로 찾아내기 위하여 일부러 도시의 밤거리를 헤매기도 한다. 먼저 모델을 섭외한 것도 아닌데 아무도 다니지 않는 시각과 아무도 다니지 않는 장소에서 맞닥뜨린 사람들은 밤공기의 환경과 조우하듯 무척 기괴하고 낯선 표정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몰려 있지 않은 텅빈 도시 공간에 대한 태도에서 우리는 일종의 구경꾼(Spectators)으로서의 시선을 느끼게 되며, 동시에 작품 속에 때로 등장하는 도시의 누군가가 다시 작가를 응시하는 또다른 구경꾼으로서의 시선을 느끼게 된다.
2016년 2월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신진작가이며 가나아트센터, 서울 옥션 등의 단체전에 참여하여 주목받고 있는 이현우는 그 중에서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저 지나치기만 하는 골목이나 길바닥에 놓여 있는 플라스틱통이나 공사장의 덮개, 차로를 비추는 반사경, 매달려 있는 빨래 집개 등을 중심으로 작업한다. 먼저 오브제를 찾고 거기에서 주변 환경과의 조형성을 찾아내는 과정은 이현우의 작업을 풍경화로도 혹은 정물화로도 만든다. 마치 세잔의 작업이 미술의 역사가 구상에서 추상으로 넘어가면서 모든 오브제들을 구와 정사각형, 원뿔 등의 근원적인 뿌리로 해석되었듯이, 이현우의 작업 속 오브제들은 단순하면서도 주변의 풍경들의 중심을 잡는다.
이번 갤러리구의 2인전 <spectators>에서는 이렇게 두 작가의 시선을 통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모를 도시 한 켠의 작은 사건들을 드러내보고 작은 공간에서 오는 상징적 사건들과 마주해보고자 한다. 또한 이들이 어쩌면 스쳐가듯 느꼈을지 모를 순간의 감성을 부제 ‘A Rather Brief Moment in Time’(시간 속의 다소 짧은 순간)를 통해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