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Midday Decibels_Yeemock Gallery
2021

차고 기우는

Waxes and wanes

김태희
기획

전시 <차고 기우는>은 오랜 시간 알고 있던 도시 일부가 한순간 사라진 경험에서 시작했습니다. 기억과 시간의 조각들이 켜켜이 쌓인 공간이 사라졌다는 상실감. 이는 도처에 존재하지만, 변화를 인지하기 어렵거나 금세 휘발되어 버리고 마는 것들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머리 위를 가로지르다 이내 사라지는 그림자. 다리 아래를 맴도는 소리. 녹슨 와이퍼의 하강 운동. 알랭 드 보통은 <행복의 건축>에서 패스트푸드점에서 점심을 급히 때운 뒤 근처 성당에 들어가 순식간에 차분해진 경험을 서술합니다. 주변의 공간만으로 개인의 감정과 사고가 변화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예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작은 변화들이 우리에게 건네는 말은 무엇일까요.

미세하게 변화하는 순간을 시계의 눈금으로 그려 넣는다면 분침과 시침이 움직이는 궤적보다 조금 더 작은 단위가 생성될 것입니다. 혹은, 변화를 인지하는 개개인의 호흡에 맞추어 리드미컬한 눈금으로 재구성될 수도 있습니다. 저마다의 호흡으로 변화를 감각하는 일은 선형적으로 흐르는 시간,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절대적인 시간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본인의 속도로 생을 살아내는 것입니다. 변화를 인식하는 순간은 천차만별일 것이므로 우리는 다른 기준을 가진 수천 개의 시계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전시 <차고 기우는>은 일상을 영위하는 공간인 도시에서 길어낸 세 갈래의 ‘생성-소멸’ 축을 그려냅니다. 본 전시가 삶의 다양한 리듬을 환기할 수 있는, 가을 끝자락의 선선한 바람이 되어주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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