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전시는 각 작가의 근작과 신작을 통해 작가들이 추구하는 방향에 있어 어떠한 태도와 관점으로 어느 지점까지 와있는지
그 과정들과 메시지들을 확인할 수 있으며, 수집된 풍경 또는 사물들이 재현을 통해 각 작가만의 고유 미술적 언어로
재생산되어 표현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재현을 놓지 못하는 이현우 작가의 일상적인 ‘풍경’ 표현 방식은 되려 모호함을 안겨주기도 하는데
작가가 그려내는 구체적 공간과 풍경들이 주는 이미지는 장면 자체가 일종의 수수께끼처럼 읽히기도 한다.
반대적으로 정진경 작가가 표현하는 캔버스 안 ‘사물’들은 단순화한 추상표현으로 강렬한 인상과 함께
그려진 사물의 시간과 공기마저 느껴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두 작가의 상반된 표현 방식들 안에는 스쳐 지나가거나 혹은 잊혀지고 버려지는,
쓸모가 없을 것 같은 것들을 재현하고 기록하며 사유를 하게 함에 있어 맞닿아 있다.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기억되는 이미지들을 통해 우리는 순간의 중요성을 느끼며,
어떤 것을 보고 또 어떤 것을 이야기할지 고민해보는 것으로 충분히 유의미하지 않을까.
●질문과 대답_ 이현우(Li), 정진경(J)
■ 최근의 화두, 관심에 대해서 이야기 해달라
(Li) 지금, 여기 – 지난 여름 엄청난 폭우와 코로나 19로 인해 일상은 더욱 낯설어진 것 같다.
달라진 생활과 상황은 찰나의 순간을 더욱 짧게 만들고 멈춰 있던 장면은 살아 숨쉬듯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그 떨림은 반가움과 불안이 오묘하게 섞인 감정이다.
(J) 2021년 새로 입주하게 된 레지던시에 적응하는데 애를 쓰고 있다.
작년부터 작가로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올해가 중요하게 느껴져서
작업 외에 하던 일을 많이 줄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작품을 좀더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 그림을 그릴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Li) 그림이 되는 순간이 있다. 주목한 풍경에서 추상성과 리듬 등을 발견한다.
색과 모양, 공기, 감정 등을 담아 내기 위해 겹겹이 붓이 닿는다.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낸 모양은
수북이 쌓인 붓질로 견고하게 묶인 듯 보이는 동시에 언제라도 흩어져 사라질 것 같다.
그림이 되기 위해 그리고 가리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J) 꼭 해야 하는 원칙까지는 아니지만 대부분 드로잉으로 계획을 세우고 작품 제작에 들어가는 편이다.
70%정도까지는 드로잉으로 계획을 세워서 머릿속에 정리를 한 다음에 그림 또는 오브제를 제작하지만
30%정도는 시간을 두고 완성하는 편이다.
작품의 제목은 완성이 되어갈 때쯤 붙여주는데 작가의 심리나 상황을 표현하는 문구가 대부분이다
■ 작업에 영감을 주는 것들은?
(Li) 수많은 이미지. 다른 작가들의 그림을 많이 보려고 한다.
그림뿐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이미지가 쏟아지는 오늘날 모니터를 통해 크롭된 많은 풍경을 보며 영감을 얻는다.
(J) 단적으로는 책, 영화, 작가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모든 분야)의 생각들이 작업에 영감을 준다.
그 속에 나를 대입해 보면서 관계, 심리 등을 생각하고 이런 생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된다.
■ 작품의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Li) 작업 태도적 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마주한 장면을 이미지로 기록하고 크롭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미감을 찾고자 하며 캔버스로 옮기는 과정에서는 줄긋기라고 정의할 수 있는 스케치가 선행된다.
여기까지는 제법 체계적인 방식이었다면 이후 과정은 조금 더 즉흥적이며 감정적으로 작업한다.
요즘은 포착한 장면에서 조금 더 멀리 가보고자 한다.
(J) 드로잉, 페인팅, 판화, 오브제(설치)를 조금씩 연결시켜 작업한다.
오브제를 설치한 모습을 촬영하여 드로잉으로 표현하고 다시 재해석하여 페인팅으로 제작한다.
페인팅으로 표현된 작품을 다시 판화로 새롭게 해석하여 작업한다.
완전 새로운 것에서 시작하기 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서 어떤 요소들을 끄집어 내어 발전시키는 과정을 가지고 있다.
■ 본인이 이야기하는 풍경(사물 또는 도심)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Li) 지금 발을 딛고 있는 길 바닥, 옆을 지나며 스치는 벽면 등 내 신체가 닿고 있는, 얼굴을 마주하는 면들이다.
최근 풍경의 피부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좋은 그림을 보면 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그림과 풍경 모두 물리적, 촉각적으로 다루고 싶다.
(J) 사물을 볼 때 그 대상에만 집중하기 보다 주변 상황을 함께 포착한다.
어떤 환경에 놓여있는지, 그 모습을 바라보는 작가의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다르게 보고 해석 되어 진다.
사물(대상)의 실루엣을 포착하여 표현하지만 상표나 구체적인 모양은 표현하지 않거나 지워 나간다.
복잡한 현대 사회와 사람들의 심리 등을 비워내고자 하는 의도이다.
사물로 보이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나 심리적인 상태를 표현하려 하기 때문에
추상적이고 모호하기도 한데 이는 바라보는 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설치 작업에서는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게 계획하여 전시한다.